고향집 마당에 모란이 활짝 피었다. 오래전부터 온식구가 바라보고 또 바라보던 꽃인데, 지금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 세상에 안 계시고 자식들은 또 멀리 있다.
먼 옛날에 즐겨 외던 시를 한번 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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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