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르스마르트 스체게드
김사인
다음 생은 노르웨이쯤에서 살겠네.
바다를 낀 베르겐의 한산한 길
인색한 볕을 쬐며 나, 당년 마흔일고여덟 배불뚝이 요한센이고 싶네.
일찍 벗어진 머리에 큰 키를 하고
청어와 치즈 덩어리를 한 손에 들고
좀 춥군, 어시장 냉동탑 그림자 더욱 길어질 때
늘어나 덜걱거리는 헌 구두를 끌며 걸으리.
브뤼겐 지나 어시장 옆 좌판에서
딸기와 버찌도 좀 사겠네
싱겁게 몇낱씩 눈이 날리는 저녁.
성당 지나 시장 골목 입구도 좋고
오래된 다리 부근도 좋고
새벽 두시
숙소를 못 찾은 부랑자가 윗도리를 귀 끝까지 올리는 시간
다리 옆 둔덕을 타고 비틀비틀 강가로 내려가는 그 사내이겠네.
미끄러질 듯하지만 절대 넘어지지 않지.
적막 속의 새로 두시
물결만 강둑에 꿀럭거려
취해 흔들거리며 오줌을 누는
나 요한센(아니면 귈라 유하츠도 괜찮은 이름)
오줌을 누며 잠시 막막한 느낌에 잠기리.
북쪽 산골의 늙은 부모와 엇나가기만 하는 작은아이 생각
진저리 치고 머리를 긁으며
다시 둑 위로 올라서네.
자, 어디로 갈까.
뜨개질은 건성인 채 밖을 자주 내다보는,
눈발 속 키 큰 그림자를 보고
달려나오는 여자가 하나쯤 있어도 좋아.
'요한나!'
전쟁에서 살아온 제대군인처럼
내가 팔을 벌리겠지 술 냄새를 풍기며.
눈 덮인 내 등을 털며 맞아들이는
집이 하나
저쪽
노르웨이나 핀란드
아니면 그린란드쯤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