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내가 생각하는 것은

공산(空山) 2016. 2. 10. 21:52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백석

 

 

   포근한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단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피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뜰하던 동무가 나를 벌인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러 단닐 것과

   내 손에는 新刊書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라도 들을

   류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여성34, 193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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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디기 - 따지기. 해토머리. 이른봄에 얼었던 흙이 풀리려고 할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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