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이(石耳)
권성훈 (1970~ )
눈먼 바위가 입을 닫은 채 그대로
굳어버린 제 몸에 수천 개의 귀를 틔웠다
정상을 향해 숨을 곳 없는 절벽에
떠도는 불안한 시력을 거둔 지 오래
묵묵히 굽은 등을 내준 자리마다
수직을 타고 흐르며 팽팽하게 그을린
바위의 귓바퀴를 할퀴며 난청으로 읽어내는
얇은 연골들이 미역귀처럼 달린 거야
어느 방향으로든지 팔랑이며 듣고 있는
저 고요한 청력
천 길 낭떠러지를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
그만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울음
너머의 적막까지 붙들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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