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흥겨움
이바라기 노리코
혼자 있는 것은, 흥겹다
흥겹고 흥겨운 숲이다
꿈이 톡톡, 터져 나온다
안 좋은 생각도, 솟아 나온다
에델바이스도, 독버섯도
혼자 있는 것은, 흥겹다
흥겹고 흥겨운 바다다
수평선도 기울고
더할 나위 없이 사나운 밤도 있다
바다 잔잔한 날 태어나는 명주조개도 있다
혼자 있는 것은, 흥겹다
맹세코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
혼자 있을 때 쓸쓸한 놈이
둘이 모이면, 더욱 쓸쓸하다
잔뜩 모이면
더, 더, 더, 더욱 타락한다
사랑하는 이여
아직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너
혼자 있을 때, 가장 흥겨운 녀석으로
있어 주게
―『이바라기 노리코 선집』 다니카와 슌타로 엮음, 조영렬 옮김, AK,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