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메 가도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子, 1926~2006)
나이토 신주쿠에서 오우메까지
곧장 연결될 터인 오우메 가도*
말똥 대신 배기 가스
끊임없이 줄지어 서서
시각을 다투며 핏발 선 눈으로 핸들을 잡은 이들은
오늘 아침 벌떡 일어나 세수했을까?
꾸물꾸물 반창고를 떼어내듯 침대와 떨어졌다
구루미 복사지
동양합판
사케 기타노호마레
마루이 크레디트
아케보노 빵
가도 한 군데에 버스를 기다리느라 서 있으니
무수한 중소기업 이름
갑자기 신선하게 눈앞을 스쳐지나가고
필사의 가문家紋
과연 몇 년 뒤까지
보존될까 의심하면서
음력 5월 초하루 고이노보리**
천연덕스럽게 바람을 삼키고
느티나무 새싹은, 우듬지에 돋고
청량한 말차, 하늘에서 마시는 것은 누구인가
일찍이 막부 말기에 살았던 자, 누구 하나 현존하지 않는다
지금 막 태어나 첫 울음을 우는 이도
80년 뒤에는 썰물처럼 사라질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지금을 살아 맥박이 뛰는 이
불현듯 사랑스러워 읽는다, 소리내어
뎃포 스시
가키누마 상사
알로베이비
사사키 유리
우다가와 목재
잇세이샤 세탁
파머시 그룹 정기편
쓰키시마하츠조 용수철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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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메 가도(靑梅街道)는 에도시대에 성을 축조할 때 무사시오우메의 석회암을 운반하기 위해 개설된 것으로, 도쿄 도의 신주쿠에서 다마 강 유역을 지나 고후 분지에 이른다.
** 고이노보리(鯉のぼり)는 종이 또는 천으로 잉어 모양을 만들어 단오 명절에 올리는 장대로, 바람이 잉어 머리쪽부터 들어가 펄럭인다. 남자아이의 성장과 출세를 상징한다.
―『이바라기 노리코 선집』 다니카와 슌타로 엮음, 조영렬 옮김, AK,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