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짐승이었던

공산(功山) 2025. 1. 11. 14:57

   짐승이었던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 1926~2006)

 

 

   짐승이었던 밤도 있었다

   그래 인간도 짐승이구나

   사무치게 깨달은 밤도 있었다

 

   시트를 팽팽히 당겨보아도

   침실은 낙엽을 긁어모아 가득 쌓아둔

   너구리 소굴과 다르지 않네

 

   익숙한 움막

   흐트러진 터럭

   두 마리 짐승이 풍기는 냄새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짝이 사라지고

   나는 멀뚱히 인간이 되었다

   그저 인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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