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눈
오탁번
박달재 밑 외진 마을
홀로 사는 할머니가
밤저녁에 오는
눈을 무심히 바라보네
물레로 잣는 무명실인 듯
하염없이 내리는
밤눈 소리 듣다가
사람 발소리? 하고
밖을 내다보다 간두네
한밤중에도 잠 못 든
할머니가
오는 밤눈을 내다보네
눈송이 송이 사이로
지난 세월 떠오르네
길쌈 하다 젖이 불어
종종걸음 하는 어미와
배냇짓하는 아기도
눈빛으로 보이네
빛바랜 자서전인 양
노끈 다 풀어진
기승전결
아련한 이야기를
밤 내내
조곤조곤 속삭이네
밤눈 오는 섣달그믐
점점 밝아지는
할머니의 눈과 귀
—『동리⸳목월』2022.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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