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길이라

기장에 갔다가

공산(空山) 2023. 4. 28. 20:55

하루 휴기를 내고 부모와 함께 바닷바람을 쐬겠다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아내와 나는 아침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한 시간 20분을 달려 언양의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들렀다가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기장군 일광읍의 바닷가로 갔다. 그곳 바닷가의 한 음식점*에서 조금 이른 점심으로 전복죽을 먹었다. 전복죽은 쌉살한 성게 알이 들어 있어서 맛이 더 있었다. 전복구이를 곁들여 먹어서 배가 불렀다.

그리고 거기서 멀지 않은 바닷가의 한 카페**에서 차를 마셨는데, 오늘 들른 음식점과 카페는 모두 아들이 전에 가보았던 곳으로서 음식이나 분위기가 좋게 느껴지던 곳이란다. 카페는 이름 있는 건축가가 지은 곳이었다. 발코니나 옥상에 놓인 푹신한 소파에서 바닷바람과 전망을 즐기도록 되어 있었다. 그 카페에서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눈앞에 바라보였다. 요즘 국제적 핫이슈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문제를 생각나게 하는 풍경이었다.

아무튼 그곳에서 얘기하며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는 길에 문재인 전대통령의 고향인 평산마을에 들렀다. 사저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경호인력들이 막고 있어서 접근할 수가 없었다. 고향에 보탬이 될까 해서 사저 부근에 개설했다는 평산책방은 그리 넓지는 않았고 책을 사거나 구경온 사람들로 붐볐다. 지난해엔 전임 대통령을 비방하는 확성기 소음으로 몸살을 겪은 마을이 지금은 평온을 되찾은 것 같았다. 마을앞 무논에는 많은 올챙이들이 유영하고 있었는데, 마치 저희들끼리 무슨 침묵시위라도 하러 나온 것 같았다.

돌아오다가 인근의 통도사에도 들렀다. 내가 이 절에 와본지는 40년도 더 지났다. 국보인 대웅전을 비롯한 경내의 여러 건물들은 단청이 거의 다 지워져 있었다. 목재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새로 단청을 해야 되겠지만 그러지 않는 것은 아마도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대웅전 앞마당 한쪽에는 쪽동백 고목 한 그루가 활짝 핀 흰 꽃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올해는 윤이월이 있어서 사월초파일이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쪽동백은 계절을 어길 수가 없어서 미리 그렇게 연등처럼 꽃을 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 울주에 와서 언양읍성의 성터를 둘러본 후 닭칼국수***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 와서 팔공산IC를 나오려다가 이번에도 작년처럼 노면에 그려진 청색선이 헷갈리는 바람에 동대구IC까지 가서야 고속도로를 벗어날 수 있었다.

 

*    남나리전복   
**   웨이브온 커피     
*** 언양닭칼국수(언양읍 읍성로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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