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박경리(1926~2008)
고추밭에 물주고
배추밭에 물주고
떨어진 살구 몇 알
치마폭에 주워 담아
부엌으로 들어간다
닭모이 주고 물 갈아주고
개밥 주고 물 부어주고
고양이들 밥 말아주고
연못에 까놓은 붕어새끼
한참 들여다본다
아차!
호박넝쿨 오이넝쿨
시들었던데
급히 호스 들고 달려간다
내 떠난 연못가에
목욕하는 작은 새 한 마리
커피 한 잔 마시고
벽에 기대어 조간 보는데
조싹조싹 잠이 온다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해는 중천에 떴고
달콤한 잠이 온다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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