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끝 외 3편 - 정현종

공산(空山) 2022. 11. 11. 14:36

끝 
정현종


끝이라고 하지만
언제가 끝인가요.
끝이라고 하지만
어디가 끝인가요.
이때 저때가 다 끝이고
여기저기가 다 끝인 줄 아오나,
그렇기는 하오나,
마음은 끝이 없습니다.
그래요, 마음은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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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기도 전에 사라지는구나
정현종



미래에 있을 일이
어느덧 지나가고 지나가고,
그 일이 오기도 전에
지나가고 지나가고,
뚜렷하고 아득하다
그 견딜 수 없는 환영들!
있기도 전에 사라지는구나
있기도 전에 사라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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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
정현종



괴로움을 견디느라 괴로움과 놀고
슬픔을 견디느라 슬픔과 놀고
그러다가
노는 것도 싫어지면
싫증하고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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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시 이야기
정현종



시는 처음부터
공터이다.
시는 끝까지
공터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아무것도 없이 끝난다.
(생명과도 같이)
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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