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김사인
얼빠진 집구석에 태어나
허벅지 살만 불리다가 속절없이 저무는구나.
내 새끼들도 십중팔구
행랑채나 지키다가 장작이나 패주다가 풍악이나 잡아주다가 행하 몇푼에 해해거리다 취생몽사하리라.
괴로워 때로 주리가 틀리겠지만
길은 없으리라.
친구들 생각하면 눈물 난다.
빛나던 눈빛과 팔다리들
소주병 곁에서 용접기 옆에서 증권사 전광판 앞에서 엎어지고 자빠져
눈도 감지 못한 채 우리는 모두 불쏘시개.
오냐 그 누구여
너는 누구냐.
보이지 않는 어디서 무심히도 풀무질을 해대는 거냐.
똑바로 좀 보자.
네 면상을 똑바로 보면서 울어도 울고 싶다.
죽어도 그렇게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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