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식

발광의 주파수

공산(空山) 2022. 8. 6. 15:14

   발광의 주파수

   우대식

 

 

   단원의 그림 모구양자도(母狗養子圖)를 보다가 눈이 흐려졌다. 어미와 강아지의 눈. 이 그림은 다 지우고 세 개의 눈만 남겨놓아도 좋으리. 어미의 눈은 파철지광(破鐵之光)의 그것이었다. 사람들은 자꾸 인자한 눈빛이라 하는데 내 눈에는 미친 듯한 나선형의 발광으로 보였다. 어린 새끼의 눈이 순진무구라는 것은 동의하겠다. 그러나 어린 새끼를 향한 당당한 미침, 뻗침, 어떤 도발이 어미의 눈동자에 돌고 있었다. 오로지 하나의 생명만을 향한 인자함이 낭자하게 고여 있었다. 생명이 간혹 잔인하도록 모진 이유도 이 눈빛 언저리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발광의 주파수가 희미해질 때 우리는 고아가 된다.

 

 

   -- 『베두인의 물방울』 여우난골, 2021.

 

 

김홍도 (金弘道, 1745~?) 모구양자도(담채 / 90.7  × 39.6cm 간송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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