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hello - 서형국

공산(空山) 2022. 4. 1. 11:08

   hello

   서형국

 

 

   이 마을에 닿아 나는 국가가 되었다

   코끼리 무덤에서 거대한 상아를 훔친 자들이 세운 나라

 

   세상은 이 나라 국민들을 도망자라고 수배했지만 전생과 후생이 공존하는 나라에선 아무도 서로를 밀고하지 않았다

 

   오래된 여관의 명찰처럼 간신히 매달린 내 마지막 이름자로 자신만 인출할 수 있는 슬픔을 이체시키는 사람들

 

   빙점의 나라에서 보일러 수리공이었던 박씨가 끓는점을 연구하다 누대의 생을 통째 불사른 이야기

   섬에서 벌침을 놓던 이씨가 혈자리를 찾다 죽은 자의 피가 고인 대문에 대나무를 꽂은 이야기

   도시서 항구를 노래하던 정씨가 박자 놓친 손님의 탬버린을 사랑하여 평생을 수절하는 이야기

 

   벼락을 맞고서야 거머쥔 행운을 누릴 새도 없이 천 개의 인장으로 빼앗긴 대추나무의 사연 같았다

 

   제 몸을 다 태운 그림자처럼 까맣게 웃는 사람들

   세상 모든 어금니의 무덤으로 망명을 요청하는 사람들

 

   그들이 소문낸 나라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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