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금침(金針) - 박지웅

공산(空山) 2022. 3. 24. 13:47

   금침(金針)

   박지웅(1969~ )

 

 

   본디 구름은 침술에 밝아
   빗소리만으로도 꽃을 일으키는데
   오늘은 흐린 침통에서
   햇빛 한 가닥 꺼내들더니
   꽃무릇에 금침을 놓는다
   무형무통(無形無痛)한 구름의 침술은
   대대로 내려오는 향긋한 비방
   백회로 들어가 괸 그늘 풀어주는
   산 채로 죽은 곳에 이르는 일침
   꽃봉오리 하나 달이는데
   먼 별과 행성이 눈 맞추고 있다
   그 아득한 손길을 지나
   바위 한 채 열고 나오는 산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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