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구름의 뿌리

공산(空山) 2021. 2. 23. 22:31

   구름의 뿌리

   김상동

 

 

   오랜 감나무 그늘 아래 샘을 파다 보면 알게 되지

   구름도 생뚱맞은 뿌리를 가졌다는 것을

   그 감나무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뿌리 깊은 구름 타고 마냥 흘러가는 내가 보이지

 

   한번은 구름 뿌리에 발목이 잡혀 몽상에 빠진 적 있었지

   그때 나는 똑똑히 보았네

   담금질 중인 편자, 잔디에 덮인 묘지, 거기서 부는 내 트럼펫마저

   아름다운 구름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오늘 나는 뿌리가 튼튼한 구름 묘목 아홉 그루를 심었네

   터무니없이 빨리 자랄 것이므로

   머지않아 다시 구름을 탈 수 있을 것이네

   친구 따라 강남 가기 좋아하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그 구름, 가문 보리밭 위에서 잠시 머뭇거릴 때

   그동안 우리가 마셔대던 맥주를 소나기로 흠뻑 갚아 주면

   보리는 무럭무럭 자라겠네

   자라서 그 또한 든든한 구름의 뿌리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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