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뿌리
김상동
오랜 감나무 그늘 아래 샘을 파다 보면 알게 되지
구름도 생뚱맞은 뿌리를 가졌다는 것을
그 감나무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뿌리 깊은 구름 타고 마냥 흘러가는 내가 보이지
한번은 구름 뿌리에 발목이 잡혀 몽상에 빠진 적 있었지
그때 나는 똑똑히 보았네
담금질 중인 편자, 잔디에 덮인 묘지, 거기서 부는 내 트럼펫마저
아름다운 구름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오늘 나는 뿌리가 튼튼한 구름 묘목 아홉 그루를 심었네
터무니없이 빨리 자랄 것이므로
머지않아 다시 구름을 탈 수 있을 것이네
친구 따라 강남 가기 좋아하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그 구름, 가문 보리밭 위에서 잠시 머뭇거릴 때
그동안 우리가 마셔대던 맥주를 소나기로 흠뻑 갚아 주면
보리는 무럭무럭 자라겠네
자라서 그 또한 든든한 구름의 뿌리가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