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따란 화분
김상동
이 아파트에 십 년을 살면서도
위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그 집 창밖 선반 위 화분에 아스라이
잡초들이 살고 있다는 것만 안다
그 잡초들이 나, 풀, 나, 풀, 하며
우리 집 쥐똥나무 화분 위로 풀풀 씨를 날려
해마다 장마가 지나간 이맘때면
잡초를 뽑느라 짜증이 나곤 했다
그것이 위층 사람들의 풋풋한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모처럼 날이 갠 오늘 오후다
나는 널따란 화분에 흙을 가득 담아
창밖 선반 위에다 올려 두었다
누군가 저 끝에서 날려 보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건 받아 싹 틔워 가꾸리라고
쇠비름 괭이밥 강아지풀도
오늘부터는 잡초가 아니라고
―『구름의 뿌리』그루, 202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