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헤나우에 석양이 저물 때(Abendgang auf der Reichenau)
마르틴 하이데거
은빛 등대불이 저 멀리 어스름한 둑길 쪽
호수로 흘러나가고,
나른한 여름 저녁 이슬 맺힌 정원에는
수줍어 구애하듯 밤이 내린다.
달빛 비치는 산마루 사이엔
오래된 옥탑 지붕 위에서
마지막으로 우짖던 새소리 걸려 있다.
밝은 여름날이 내게서 이룬 것은
내겐 결실 맺기 힘든 것,
그것은 영겁의 세월에서 오는
황홀한 운송이기에,
아주 소박한
잿빛 황무지에서 쉬고 있노라.
(신상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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