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저녁
게오르그 트라클(Georg Trakl)
창가에 눈이 내리고
만종이 은은히 울려 퍼지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식탁이 차려진다.
살림은 모자랄 것이 없다.
떠도는 나그네들은
어두운 좁은 길을 따라서 문으로 다가온다.
대지의 서늘한 수액을 마시며
은총의 나무는 찬연히 피어 있다.
길손은 말없이(still) 들어선다.
문턱은 이미 고뇌의 화석이 된 지 오래다.
식탁 위에는 빵과 포도주가
지순의 광명 속에서(in reiner Helle)
빛을 발하고 있다.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박찬국, 그린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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