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옹기전에서 - 정희성

공산(空山) 2020. 9. 7. 07:00

   옹기전에서

   정희성

 


   나는 왠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그릇을 굽는다는
   옹기전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가 좀 빈 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 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장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있다
   가끔 생각해 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보다는
   실패한 것을 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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