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시

프레베르의 「알리칸테」감상 - 오민석

공산(空山) 2020. 6. 26. 08:52

   알리칸테

   자크 프레베르(1900~1977)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

   양탄자 위에 너의 옷

   내 침대 속에 너

   지금의 부드러운 현재

   밤의 신선함

   내 삶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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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칸테는 스페인 남동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아름다운 휴양도시이다. 이 시는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 찬 알리칸테에서의 한 순간을 마치 정물화처럼 정지시켜놓고 있다. 지중해 연안의 호텔에서 지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맨몸으로 한 침대 속에 있으니, 이런 “현재”는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가. 그러나 알리칸테는 스페인 내란(1936~39년)으로 만신창이가 된 도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싸움과 경쟁과 우울과 고통의 생애에서, 언뜻 언뜻 찾아오는 평화와 사랑의 순간을 우리는 얼마나 고대하는가. 모든 평화의 순간은 소음(騷音)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귀하다. 그것과 만날 때, 우리는 그것을 영원의 순간으로 고정시키고 싶어 한다. 그 정물화가 바로 이 시다. /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