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문 밖의 아이 - 나근희

공산(空山) 2020. 4. 22. 09:47

   문 밖의 아이

   나근희(1966~ )

 

 

   닫혀 있던 녹슨 철문이 오늘은 살짝 열려 있다

 

   담장 위 유리가 박혀 있고

   마른 장미넝쿨이 자꾸 손짓을 하는 대문 앞

 

   늘 기웃거리기만 하고

   들어갈 수 없는

 

   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소녀가 아직

   살고 있을 것 같은,

 

   이 세상 가장 화사한 봄날

 

   그러나 나는

   영원히 문 밖의 아이

   대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소녀의 숨결이 빠져나갔을 것만 같아서

   더 두려운,

 

   문 밖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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