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의 아이
나근희(1966~ )
닫혀 있던 녹슨 철문이 오늘은 살짝 열려 있다
담장 위 유리가 박혀 있고
마른 장미넝쿨이 자꾸 손짓을 하는 대문 앞
늘 기웃거리기만 하고
들어갈 수 없는
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소녀가 아직
살고 있을 것 같은,
이 세상 가장 화사한 봄날
그러나 나는
영원히 문 밖의 아이
대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소녀의 숨결이 빠져나갔을 것만 같아서
더 두려운,
문 밖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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