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
배영옥(1966~2018)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시가 향 무성한 공동묘지에서
카스트로의 동상에서
이국의 아이들 목소리에서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천사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음가를 동반한 그 노래소리만으로
나의 아침은 행복하고 나의 나날은 분주하리니
나는야 새들의 나라에 무임승차한 사람
새들의 노래가 간절한 사람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족속임에 틀림없다
혁명 광장을 지키는 독수리떼의 지친 울음소리가
이토록 내 어깨를 누르는 것을 보면
이토록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문학동네 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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