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 - 배영옥

공산(空山) 2020. 4. 23. 11:16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

   배영옥(1966~2018)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시가 향 무성한 공동묘지에서

   카스트로의 동상에서

   이국의 아이들 목소리에서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천사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음가를 동반한 그 노래소리만으로

   나의 아침은 행복하고 나의 나날은 분주하리니

   나는야 새들의 나라에 무임승차한 사람

   새들의 노래가 간절한 사람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족속임에 틀림없다

   혁명 광장을 지키는 독수리떼의 지친 울음소리가

   이토록 내 어깨를 누르는 것을 보면

   이토록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문학동네 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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