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가족사진 - 이창수

공산(空山) 2020. 4. 15. 11:36

   가족사진

   이창수

  


   할머니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은 카메라를 보고 있다
   아니, 카메라가 초점에 잡히지 않는
   우리 가족의 균열을
   조심스레 엿보고 있다
   더디게 가는 시간에 지친 형들이
   이러다 차 놓친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담장처럼
   잠시 후엔 누가 붙잡지 않아도
   제풀에 지쳐 제각각 흩어져 갈 것이다
   언제나 쫓기며 살아온 가족
   무엇이 그리 바쁘냐고
   일부러 늑장을 부리시는
   아버지의 그을린 얼굴 위로
   플래쉬가 터진다
   순간, 담장을 타고 올라온
   노오란 호박꽃이
   푸른 호박을 끌어안고
   환하게 시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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