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여분의 사랑 - 배영옥

공산(空山) 2020. 4. 23. 10:01

   여분의 사랑

   배영옥(1966~2018)

 

 

   나의 미소가
   한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걸 알고 난 후
   나의 여생이 바뀌었다
   백날을 함께 살고
   백날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가슴속에 품고 있던 공기마저 온기를 잃었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내 몸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세상을 펼쳐보기도 전에
   아뿔싸,
   나는 벌써 죄인이 되었구나
   한 사람에게 남겨줄 건 상처뿐인데
   어쩌랴
   한사코 막무가내인 저 사람을……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문학동네 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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