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삽 - 정호승

공산(空山) 2020. 3. 18. 10:31

   삽

   정호승

 

 

   감나무에 기대어

   삽이 쉬고 있다

   평생의 할 일을 다하고

   삽은 이제 고요하다

 

   새벽같이 일어나

   논두렁에 물꼬를 틀 때

   마당 한가운데 똬리를 튼

   개똥을 치울 때

 

   아버지가 늘 들고 나가시던

   그 삽이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자

   말없이 편히 쉬고 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지

   아버지가 보고 싶지도 않은지

   비바람에 간혹 녹이 슬면서

   햇살과 웃고 있다

 

 

  『당신을 찾아서 창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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