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자연법 - 권달웅

공산(功山) 2019. 11. 8. 20:46

   자연법
   권달웅


   조각달을 앞세우고 간다.
   여울물을 기어오르는 피라미처럼
   공기주머니 하나 달랑 차고
   소유한 게 적어도 물 따라 산다.

   풀잎에 알을 낳는 풀벌레처럼
   주어진 시간 그대로,
   청설모가 굴밤 한 톨 물고 가듯
   가랑잎 같은 시를
   소중히 갈무리하고 산다.

   소슬한 가을바람 따라 산다.
   새빨갛게 익은 석류가
   저절로 팍, 하고 깨어지듯
   작은 소리를 알아듣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산다.

 

  공손한 귀밥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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