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소금이 온다 - 김이솝

공산(功山) 2019. 11. 3. 09:51

   소금이 온다

   김이솝

 

 

   고무래를 밀고 있는 등 뒤

   혼자 잠든 아이의 뺨 위로 한 두릅의 햇귀가 걸린다

 

   귀가 어두운 해변이 고양이 눈에 불을 켜고 들어와

   낮별의 꼬리를 잡아당길 때, 팽팽해지는 하늘

   빛들이 허리를 펴고 들어와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

 

   썰물 위 태양을 굴리며 놀던 아이가

   파도 속으로 까르륵 웃으며 달려가다가 흰 거품을 데리고 돌아올 때

   말랑말랑해지는 물결

   수차가 돌아간다 간수가 밀려온다 대패질*을 멈추지 마라

   소금이 온다, 소금을 몰아라!

 

   등에 매달리는 땀꽃

   소금 꽃 파랑에 손을 묻는 아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손등 위로 죽은 아비의 눈썹 같은 흰 달이 지나간다

   가깝거나 먼 해거름 위 지평선들

   만종을 울리며 오는 다구질* 소리

 

   아이의 잠 속 어릉대는 저녁 불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물의 이엉 마다 사륵사륵 소금 꽃 진다

 

 

   * 소금이 온다 : 간수가 차오를 때 염부들이 서로를 독려하며 부르는 일종의 신호.

   * 대패질 : 소금의 결정체가 보이기 시직하면 그 소금을 모으는 작업.

   * 다구질 : 풍염제를 지낼 때 염부들이 부르는 노동요.

 

 

   ― 2016 농어촌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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