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온다
김이솝
고무래를 밀고 있는 등 뒤
혼자 잠든 아이의 뺨 위로 한 두릅의 햇귀가 걸린다
귀가 어두운 해변이 고양이 눈에 불을 켜고 들어와
낮별의 꼬리를 잡아당길 때, 팽팽해지는 하늘
빛들이 허리를 펴고 들어와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
썰물 위 태양을 굴리며 놀던 아이가
파도 속으로 까르륵 웃으며 달려가다가 흰 거품을 데리고 돌아올 때
말랑말랑해지는 물결
수차가 돌아간다 간수가 밀려온다 대패질*을 멈추지 마라
소금이 온다, 소금을 몰아라!
등에 매달리는 땀꽃
소금 꽃 파랑에 손을 묻는 아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손등 위로 죽은 아비의 눈썹 같은 흰 달이 지나간다
가깝거나 먼 해거름 위 지평선들
만종을 울리며 오는 다구질* 소리
아이의 잠 속 어릉대는 저녁 불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물의 이엉 마다 사륵사륵 소금 꽃 진다
* 소금이 온다 : 간수가 차오를 때 염부들이 서로를 독려하며 부르는 일종의 신호.
* 대패질 : 소금의 결정체가 보이기 시직하면 그 소금을 모으는 작업.
* 다구질 : 풍염제를 지낼 때 염부들이 부르는 노동요.
― 2016 농어촌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붕어빵 - 류인서 (0) | 2019.11.11 |
---|---|
자연법 - 권달웅 (0) | 2019.11.08 |
호른 부는 아침 - 강성원 (0) | 2019.11.03 |
동사무소로 간다 - 금란 (0) | 2019.10.29 |
종이로 만든 마을 - 윤희상 (0) | 2019.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