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동사무소로 간다 - 금란

공산(空山) 2019. 10. 29. 10:03

   동사무소로 간다

   금 란

 

 

   할머니 등에 업혀 면사무소를 갔다 할머니 이빨 사이로 새어 나간 금냄이 호적계장 귓등으로 들은 금란이는 원래 금남이었다 쇠 같은 손주가 태어나길 기다렸던 할머니는 끝내 금남을 기다리다 돌아가셨다

 

   이름을 쫓아내지 않아도 

   까마귀에서 까마귀 냄새가 나듯 

   금냄이나 금란이나 하나인 나로 가득하다 

 

   앞으로 보면 금란이요 

   뒤로 보면 금냄이가 뒤통수에 따라붙는다 

 

   세 개의 무거운 이름에서 

   균형 잡힌 커피 향이 흘러나오도록 

   자판기 구멍에 동전을 넣고 기다린다 

 

   복주머니, 복주머니라고 부르니 

   사방에서 복이 떨어진다  

 

   황금알이 된 금란이 

   죽은 할머니를 업고 동사무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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