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이거 옛날에 빗자루로 쓰던 건데 이름이 뭡니까?"
"댑싸리."
"옛날엔 집 주변에 많았는데, 요즘엔 보기가 힘드네요. 댓-싸리?"
"어언지(아니), 댑-싸리. 필요하면 좀 뽑아 가소."
"어언지요. 가을에 익으면 씨나 한 움큼 받아 갈게요."
집으로 오면서 검색을 해본 나는 이 지독한 사투리 지역에서 '댑싸리'라고 정확한 이름을 알려준 할머니가 놀랍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진화론의 일부일 수도 있는 인위선택설의 증거가 되는 몇 가지의 생명체와 그것들을 선택해온 인간에 대하여 감탄을 해왔다. 그 중엔 당나귀 같은 가축이나 반려동물이 된 개도 있고, 옥수수나 벼, 목화, 박 같은 식물들도 있다. 바가지에 대해선 정말 지금도 감복할 정도다. 익은 박을 따 타고 씨를 들어내고 삶아서 속살을 긁어낸 뒤에 말려 보라. 어쩌면 그렇게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들로써 잡고 물을 뜨거나 그릇으로 사용하기에 딱 좋도록 생겼는지! 오죽하면 그 후에 나온 플라스틱 바가지도 박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었을까.
나는 오늘 저 댑싸리도 주저없이 인위선택설의 한 증거물에 포함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