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와 저녁식사를
신현정
난, 이때만은 모자를 벗기로 한다
난쟁이와 식탁을 마주 할 때만은
난 모자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번 것은 아주 높다란 굴뚝 모양의 모자였다
금방이라도 포오란 연기가 오를 것 같고
굴뚝새라도 살 것 같은 그런 모자였다
사실 꼭 이런 모자를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다
식탁 위에서 모자는 검게 빛났다
오라, 모자는 이렇게 바라보기만 하여도 되는 것이구나
식사를 마친 우리는
벽난로에 마른 장작을 몇 개 더 던져 넣었으며
그리고 식탁을 돌았다
나, 난쟁이 이렇게 둘이서
문 밖에서 꽥 꽥 하는 거위도 들어오라고 해서 중간에 끼워 주고는
나, 거위, 난쟁이 이렇게 셋이서 모자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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