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난쟁이와 저녁식사를 - 신현정

공산(空山) 2019. 5. 11. 14:55

   난쟁이와 저녁식사를

   신현정

 

 

   난, 이때만은 모자를 벗기로 한다

   난쟁이와 식탁을 마주 할 때만은

   난 모자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번 것은 아주 높다란 굴뚝 모양의 모자였다

   금방이라도 포오란 연기가 오를 것 같고

   굴뚝새라도 살 것 같은 그런 모자였다

   사실 꼭 이런 모자를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다

   식탁 위에서 모자는 검게 빛났다

   오라, 모자는 이렇게 바라보기만 하여도 되는 것이구나

   식사를 마친 우리는

   벽난로에 마른 장작을 몇 개 더 던져 넣었으며

   그리고 식탁을 돌았다

   나, 난쟁이 이렇게 둘이서

   문 밖에서 꽥 꽥 하는 거위도 들어오라고 해서 중간에 끼워 주고는

   나, 거위, 난쟁이 이렇게 셋이서 모자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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