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숲으로 된 성벽 - 기형도

공산(空山) 2015. 11. 18. 22:33

   숲으로 된 성벽
   기형도
 
 
   저녁 노을이 지면
   神들의 商店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城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寺院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城
 
   어느 골동품 商人이 그 숲을 찾아와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쓰러진 나무들 뿐, 잠시 후
   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
 
   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城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2016. 7. 23. 요세미티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집 - 기형도  (0) 2015.11.18
집시의 시집 - 기형도  (0) 2015.11.18
물 속의 사막 - 기형도  (0) 2015.11.18
대학 시절 - 기형도  (0) 2015.11.18
엄마 걱정 - 기형도  (0) 201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