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무에게로
전동균
그곳으로 가시지요 열매를 매단 채 새 이파리 피운 신성한 나무에게로
좀 멀긴 합니다 신발을 벗고 몰려오는 구름들과
물결치는 돌들의 골짜기를 지나야 하죠
땅속으로 꺼진 무덤들
시장 난전의 손바닥 같은
바람의 비문(碑文)을 읽어야 해요
일생토록 쌀 닷말 지고 가는 사람, 우리는
아침에 얼어붙은 강을 건넜으나
밤에도 강가에서 노숙하는 사람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요 그곳엔
다람쥐가 뱀을 잡아먹고 사람이 사람을 불태울지 몰라요
하늘로 하늘로 이파리들 펄럭일 때
누군가는 하염없이 오체투지 하는지도
쉿! 아무 말 하지 마세요
모르는 척 기다려야 해요
그이들도 가슴에 통곡을 넣고 왔을 테니까
아흔아홉 설산 너머 무지개공원의 늘 푸른 나무
공원보신탕 입구 개사슬 묶인
으렁으렁 먼나무
ㅡ「우리처럼 낯선」창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