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목 2

하늘정원과 비로봉 탐방

한더위를 피해 그제부터 아내와 함께 산가에 머물고 있다. 농사철에 접어들고부터 이틀에 한 번씩은 산가에 왔었지만, 텃밭일을 하고는 저녁에 아파트로 돌아가곤 했다. 오랫동안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져서 고향집이 어딘가 불편했던 것이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습도가 높아서 끈적끈적한 느낌이 든다. 현관문을 열고 한 걸음만 나가면 낮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산모기가 달려든다. 인터넷이 없는 것도 여간 불편한 점이 아니다. 물론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좋은 점도 많다. 시내에선 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돌지만 여기선 웬만해선 31도를 넘지 않는다. 밤엔 해발 1,192m 고지에서 찬 기운이 계곡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에 겹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다. 이곳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면 아직도 예전의 그 별들이 총총하..

텃밭 일기 2021.07.30

기다리며 사는 사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으면 사람은 아득한 옛날을 한없이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다가올 앞날에 있을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며 사는 것이 또한 사람인 것 같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탓하다가도 겨울이면 봄이 와서 어서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여름이면 가을이 빨리 와서 열매가 익고 단풍이 곱게 들기를 기다린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겨울에 접어들자 펑펑 눈이 쏟아지기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겨울이 내내 따뜻해서 눈 구경은 글렀구나 싶으니 이젠 봄비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주엔 오랜만에 텃밭에 가서 몇 그루 안 되는 복숭아나무와 매화나무의 가지치기를 내가 하는 동안, 아내는 마늘밭에 씌워진 투명 비닐에 구멍을 뚫어 손가락 길이 만큼씩 자란 파란 마늘 싹을 비닐 밖으로 꺼내 주었다. 몇 주 전엔..

텃밭 일기 202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