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의 동쪽 돌담 바로 너머엔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도랑이 있었다.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 도랑의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았고, 거기엔 가재와 산개구리도 많이 살았다. 팔공산에 순환도로가 생긴 뒤부터는 도랑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가재도 사라졌었다. 지난해 이맘때엔 그 도랑의 상류 구간을 구청에서 지름 20cm짜리 플라스틱 주름관을 묻어 복개하였다. 도랑 둑이 무너져 물이 자꾸 새고 낙엽이나 나뭇가지들로 막히니까 아래쪽에서 미나리 등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민원을 넣었던 모양이다. 도랑을 복개할 땐 무척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을에 가구 수가 많았을 적엔 봄이면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도랑을 치는 일이 떠들썩하고 즐겁고 술과 음식이 있는 큰 행사였지만, 지금은 그럴 사람들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