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 2

담장을 허물다

산가의 동쪽 돌담 바로 너머엔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도랑이 있었다.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 도랑의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았고, 거기엔 가재와 산개구리도 많이 살았다. 팔공산에 순환도로가 생긴 뒤부터는 도랑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가재도 사라졌었다. 지난해 이맘때엔 그 도랑의 상류 구간을 구청에서 지름 20cm짜리 플라스틱 주름관을 묻어 복개하였다. 도랑 둑이 무너져 물이 자꾸 새고 낙엽이나 나뭇가지들로 막히니까 아래쪽에서 미나리 등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민원을 넣었던 모양이다. 도랑을 복개할 땐 무척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을에 가구 수가 많았을 적엔 봄이면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도랑을 치는 일이 떠들썩하고 즐겁고 술과 음식이 있는 큰 행사였지만, 지금은 그럴 사람들이 없으니..

텃밭 일기 2019.11.29

메뚜기잡이

일전에 아내가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메뚜기를 잡으러 가서 한 홉쯤 잡아 오더니, 오늘은 나더러 메뚜기를 또 잡으러 가자고 했다. 무엇에든지 애살있는 아내로서는 그날 잡은 메뚜기가 너무 적어서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날은 처음이라서 메뚜기가 많은 곳을 찾아 헤매느라 많이 잡지 못했다며 다시 가면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아내의 말에 나는 솔깃해졌다. 새벽 다섯 시 반에 출발하여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인 의성군 쪽으로 향했다. 메뚜기는 해가 뜨고 이슬이 마르면 활동성이 강해져서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침 일찍 잡아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날이 흐려서 이슬이 마르는 시간이 더딜 것 같아 잡기가 좀 더 좋을 것이었다. 아내가 잡았다는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완전히 밝았는데, 낮은 산자락에 자리잡..

텃밭 일기 2019.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