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포그
강성은
런던포그는 아버지가 입던 양복의 이름
지금은 사라져버린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아버지와 양복
어느 날은 겨울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고
어느 날은 비에 젖은 채로 중얼거리고
눈 내리는 밤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텅 빈 가을을 가로지르고
시시각각 형체를 바꾸며 나타났다 사라지고
몇 세기 동안 녹지 않는 눈사람이 되어
겨울이 되면 다시 그 집 앞에 서 있다
고향이 없는 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고향처럼
지금은 사라져버린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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