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런던포그 - 강성은

공산(功山) 2017. 1. 24. 23:04

   런던포그

   강성은

 

 

   런던포그는 아버지가 입던 양복의 이름

   지금은 사라져버린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아버지와 양복

   어느 날은 겨울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고

   어느 날은 비에 젖은 채로 중얼거리고

   눈 내리는 밤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텅 빈 가을을 가로지르고

   시시각각 형체를 바꾸며 나타났다 사라지고

   몇 세기 동안 녹지 않는 눈사람이 되어

   겨울이 되면 다시 그 집 앞에 서 있다

   고향이 없는 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고향처럼

   지금은 사라져버린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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