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치쌈
조운(曺雲)
쥘상치 두손 받쳐
한입 우겨 넣다
희뜩
눈이 팔려 우긴 채 내다보니
흩는 꽃 쫓이던 나비
울 너머로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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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꽃
조운(曺雲)
무꽃에 번득이든
흰나비 한 자웅이
쫓거니 쫓기거니 한없이
올라간다
바래다
바래다 놓쳐
도로 꽃을 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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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 梅
조운(曺雲)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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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榴
조운(曺雲)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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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죽교
조운
善竹橋 善竹橋러니 발남짓한 돌다리야
실개천 여윈 물은 버들잎에 덮혔고나
五百年 이 저 歲月이 예서 지고 새다니.
피니 돌무늬니 물어 무엇 하자느냐
돌이 모래되면 忠臣을 잊겠느냐
마음에 스며든 피야 五百年만 가겠니.
圃隱만한 義烈로서 흘린 피가 저럴진대
나 보기 前 일이야 내 모른다 하더라도
이마적 흘린 피들만 해도 발목지지 발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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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龍瀑布
조운
사람이 몇 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劫이나 轉化해야 金剛에 물이 되나! 金剛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玉流 水簾 眞珠潭과 萬瀑洞 다 고만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 千尺絶崖에 한번 굴러보느냐.
—『조운시조집』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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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阜 斗升山
조운
斗升山이언마는 녹두집이 그 어덴고
뒤염진 늙은이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배트소롬하고 묻는 나만 보누나
솔잎 댓잎 푸릇푸릇 봄철만 여기고서
일나서 敗했다고 설거운 노래 마라
오늘은 백만농군이 죄다 奉準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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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萬頃들
조운
들이 바다도곤 넓어
눈이 모자라 못보겠다
이게 우리거지!
꿈 같은 일이로다
東津水 九百 구비쳐
흰젖처럼 흐르고
황혼은 밀려오잖아
땅에서 솟나부다
온 들에 저녁연기
연기속에 들불 일다
南洋서 北支에서들
다들 돌아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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柚子
조운
柚子는 향기롭다 祖國처럼 향기롭다
이울줄 모르는 잎에 안게 자랐노니
가시城 六百里두리 漢拏山을 지킨다
물을 건너오면 탱자된다 하거니와
물을 건너가면 탱자도 柚子된지
밤마다 漢拏山 봉우리 별이 불른다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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