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척도 없이
김경주
새 떼에 걸려,
문장은 기척을 내기도 한다
내 얼굴에서 내려야 하는데
얼굴을 놓쳐버린 뺨처럼
문장은 행진곡을 못 듣고
횃불로 들어가
날을 지새운다
기척도 없이
아무도 모르는 내 난동과
잘 지내야 하는데
꿈속의 새가
내 베게 위에 침을 흘린다
침으로 기울고 있는
내 얼굴처럼
문장은 나의 타향살이다
기척도 없이
나를 떠난다
—『고래와 수증기』 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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