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기척도 없이 - 김경주

공산(功山) 2017. 1. 22. 20:46

   기척도 없이

   김경주

 

 

   새 떼에 걸려,

 

   문장은 기척을 내기도 한다

 

   내 얼굴에서 내려야 하는데

   얼굴을 놓쳐버린 뺨처럼

 

   문장은 행진곡을 못 듣고

   횃불로 들어가

   날을 지새운다

   기척도 없이

 

   아무도 모르는 내 난동과

   잘 지내야 하는데

 

   꿈속의 새가

   내 베게 위에 침을 흘린다

   침으로 기울고 있는

   내 얼굴처럼

 

   문장은 나의 타향살이다

 

   기척도 없이

   나를 떠난다

 

 

  『고래와 수증기 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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