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인공눈물 - 송유미

공산(功山) 2016. 10. 25. 11:51

   인공눈물

   송유미

 


   차를 몰다가 엔진이 꺼져버린 것처럼
   눈물이 말라 모래알갱이가 들어간 것처럼
   눈물이 말라서
   내 몸이 사막처럼 쓸쓸해서
   인공 눈물 약을 사러가는
   풀섶 우거진 길로 접어들 때
   스르르 맴맴맴 풀벌레들이
   한 트렁크씩 눈물 탱크를
   등에 지고 울어대는군요.
   절친한 친구가 죽은 영안실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눈물 때문에
   참으로 비참했던 기억이 있었지요.
   사람은 풀벌레처럼 시시때때로 울어야 인간적이죠.
   그러나 내 귓속으로 누가 모래알을 잔뜩 집어넣는지
   인공 눈물 약 한 병으로는 어림이 없죠.
   울음은 나약한 자의 것, 슬픔은 감상주의자의 것,
   오감이 삭제되어 마네킹처럼 깨끗하게 살았지만,
   아, 그리운 슬픔, 아 그리운 눈물,
   찌르르 스르르 맴맴맴
   풀벌레 울음소리를
   한 탱크 귓속에 주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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