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눈물
송유미
차를 몰다가 엔진이 꺼져버린 것처럼
눈물이 말라 모래알갱이가 들어간 것처럼
눈물이 말라서
내 몸이 사막처럼 쓸쓸해서
인공 눈물 약을 사러가는
풀섶 우거진 길로 접어들 때
스르르 맴맴맴 풀벌레들이
한 트렁크씩 눈물 탱크를
등에 지고 울어대는군요.
절친한 친구가 죽은 영안실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눈물 때문에
참으로 비참했던 기억이 있었지요.
사람은 풀벌레처럼 시시때때로 울어야 인간적이죠.
그러나 내 귓속으로 누가 모래알을 잔뜩 집어넣는지
인공 눈물 약 한 병으로는 어림이 없죠.
울음은 나약한 자의 것, 슬픔은 감상주의자의 것,
오감이 삭제되어 마네킹처럼 깨끗하게 살았지만,
아, 그리운 슬픔, 아 그리운 눈물,
찌르르 스르르 맴맴맴
풀벌레 울음소리를
한 탱크 귓속에 주유하면서,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바람을 맛보았다 - 마경덕 (0) | 2016.11.07 |
---|---|
풀씨의 꿈 - 송유미 (0) | 2016.10.25 |
조치원(鳥致院) 지나며 - 송유미 (0) | 2016.10.25 |
못박는 아버지 - 송유미 (0) | 2016.10.24 |
빈집 - 강동수 (0) | 2016.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