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박는 아버지
송유미
전쟁과 혁명을 좋아하던 아버지
군복을 벗자 떠돌이 도편수가 되었다
생생한 못 하나면 전국 지도에 방점 찍던 아버지
이제는 고층아파트 벽에 걸린 액자 속에 산다
그래도 한시절 떠돌이 도편수로 이름을 날렸는지
주막집 여자에게 돈만 떼이고 나를 얻은 아버지
그 뜯어내기 어려운 生들은 못질하고 대패질 하시는지
액자 속에서 더 노랗게 늙어버렸다
남의 가슴에 못질하면 니 가슴에도 못이 박히는 거여
대낮에도 액자 속에서 잔못질처럼 중얼거리는 아버지,
반평생 남짓은 못질로만 살았을 것인데,
그래도 무슨 못이 그리 남은 것인지
당신 손으로 꽝꽝 박은 棺 속으로 떠나던 아버지,
꽃상여 메고 가는 아들딸들도
다 다른 구멍에 박아서
자식끼리도, 가슴에 대못을 박게 하던 아버지,
이제는 못 박힌 액자 속을 떠나시는지
벽에 걸린 헐거운 못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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