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노숙

공산(空山) 2016. 2. 18. 11:53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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