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가방

공산(空山) 2016. 1. 6. 22:01

   가방

   송찬호

 

 

   가방이 가방 안에 죄수를 숨겨

   탈옥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시내에 쫘악 깔렸다

 

   교도 경비들은, 그게 그냥 단순한

   무소 가죽 가방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한 때 가방 안이 풀밭이었고

   강물로 그득 배를 채웠으며

   뜨거운 콧김으로 되새김질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했다

 

   끔찍한 일이다 탈옥한 죄수가 온 시내를 휘젓고 다닌다면

   숲으로 달아난다면

   구름 속으로 숨어든다면

   뿔이 있던 자리가 근지러워

   뜨거운 번개로 이마를 지진다면,

 

   한동안 자기 가방을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열쇠와 지갑과 소지품은 잘 들어 있는지

   혹, 거친 숨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리지는 않는지

   그 때 묻은 주둥이로 꽃을 만나면 달려가 부벼대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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