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채송화

공산(空山) 2016. 1. 6. 20:38

   채송화

   송찬호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 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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