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 숲을 내려치는 새
손택수
대장장이가 모루에 망치질 하는 소리
쩡, 쩡, 쩡
풀무질을 할 줄 아는 새는
푸드덕 푸드덕 날개를 퍼덕인다
쇠갈퀴를 만드는지
나무뿌리들이 땅밖으로 튀어나와 있고
낫을 만드는지 낮달이 떠있고
쇳물 붙듯 단풍 홍단풍 활활
담금질을 하느라 푸시시 퍼붓는 폭포수
이 숲에서 모처럼 나는 뜻 없이 있다
뜻 없이도 새뜻하다
새를 나는 모르지만
쩡, 쩡, 쩡
쇳소리가 나는 새는
내 무거운 머리통을 통째로 모루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글거리는 청동 숲 헤치고 이두박근 삼두박근
꿈틀거리는 근육질의 나무들 사이로
뚝딱뚝딱 해와 달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올 때
―계간《문학 에스프리》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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