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밑에서
신대철
나무 밑 언 눈더미에
무엇에 질질 끌려가던
거친 발자국 하나 돋아 있다.
거기서부터 녹는 눈.
(그는 남향받이 둔덕에 자리를 잡고
며칠 전 읽다 만 자연의 한 페이지를
계속 읽기 시작한다)
계곡에는 얼음 덩어리
그 속에 잠긴 초록빛 물소리.
딱, 딱, 딱
난데없이 울리는 쇠딱다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초록빛을, 물소리를 흔들고 있다.
더 움직여보라는 것일까.
나무 밑에서는 언 눈더미가
품안이 넘치게 발자국 하나를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