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기

한국 춘란 강산애

공산(功山) 2024. 11. 22. 13:24

내가 애란인으로서 동양란 여남은 포기와 함께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도 그동안 한국 춘란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다. 한국 춘란은 중국 춘란이나 혜란과는 달리 향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한국 춘란은 잎이나 꽃의 모양과 무늬와 색깔에 따라 엄청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어서 사서 키워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엔 직장의 친구와 함께 춘란이 자생하는 청도나 밀양 등의 남쪽 지방으로 산채를 하러 몇 번 간 적도 있지만, 내 마음에 드는 난을 만나기란 잔디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어서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배양이 늘었기 때문인지 한국 춘란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져서 한두 포기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전에 나는 춘란을 판매하는 한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다가 '강산애'라는 품종을 알게 되었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것은 잎의 길이가 짧은 편인 단엽성, 잎이 말리거나 처지지 않고 꼿꼿한 입엽성(立葉性), 잎의 두께가 두꺼운 후육질, 잎끝이 날카롭지 않고 둥그스름한 환엽성, 미세한 세로줄 다발의 무늬로 덮인 산반(散斑) 등의 특징을 갖춘 엽예품(葉藝品)이었다. 가격도 그다지 비싼편이 아니라서 나는 어제 그 강산애 한 포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했고, 그것을 오늘 낮에 택배로 받았다. 촉촉한 이끼에 뿌리가 싸인 채 작은 골판지 박스로 포장되어 도착했다. 사진에서 보았던 대로 어미촉 하나에 아들촉 하나, 세 가닥의 가녀린 뿌리가 달린 어린 난이다.

4.5호 크기의 낙소분에 대립, 중립, 소립의 순서로 난석을 채우며 강산애를 심었다. 맨 위의 소립 분토 속엔 '마감프K'도 몇 알 섞어 두었다. 마감프K는 뿌리와 줄기를 튼튼하게 자라게 하며, 쉽게 녹지 않는 고체라서 과다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식물 영양제이다. 내가 그것을 지난해부터 사용해보고 있는데, 확실히 난들이 튼튼해졌고 꽃도 잘 피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집 식탁 위에는 천장으로부터 한 쌍의 전등이 드리워져 있는데, 그중 한 쪽에는 식물 생장용 LED 전구가 꽂혀 있다. 베란다에 햇볕이 들지 않는 저녁에는 당분간 한두 시간씩 강산애 화분을 그 식물 생장등 아래에다 둘까 한다. 그러면 일조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 뿌리가 더 빨리 활착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분갈이를 마친 나의 오랜 친구들인 상원황, 일지출, 설월화, 옥화, 송매, 제주한란 소심, 그리고 호접란인 만천홍 등과 함께 나의 베란다 난실에 강산애까지 합류하였으니, 올겨울엔 더욱 즐겁게 지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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