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시

장옥관 「노래의 눈썹」 해설 - 김상환

공산(空山) 2024. 10. 31. 03:46

   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
   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
   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

   배고픈 오후,
   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

   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가는 새의 자취
   좇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장옥관 시집, 문학동네 2022)

이 한 편의 시 「노래의 눈썹」(A Song's Eyebrows)은 ‘아심토트’(Asymptote. 영어권을 비롯한 세계적인 번역문학저널 플랫폼)에 소개된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시는 기본적으로 몸과 언어의 공능(功能)을 은유의 방식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은유는 ‘하나의 패턴’으로 서로 다른 것들의 심층에 놓여진 유사성이나 동일성의 차원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상응의 미학과 위상학적 성격을 지니며, 변화와 전이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에 집중한다. 은유는 ‘사유와 시작(詩作)을 결합, 하는 것으로서, ’구원의 언어'로서 은총과 연관되어 있다. 살아있는 은유는 존재의 소리마저 듣는다. 하여 이 시에서 노래와 눈썹, 나무와 존재, 자취와 메아리는 모두 새의 이미지와 등가 관계를 이룬다. 차이의 동일성은 소리-뜻, 있음-없음, 이다-되다. 발가락-눈썹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는)” 새,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은 은유와 실재의 중묘지문(衆妙之門)에 해당한다. 나무의 눈썹으로서 새의 메타포는 자연의 신체(화)에 수반되는 사유와 (상응적) 상상력의 결과이다. 그것은 본래와 면목으로서의 마음이 아니면 불가능한 표현의 깊이를 말한다. 은유와 생성-과정으로서 나무의 눈썹 되기, 발가락에서 눈썹에 이르는 길은 고뇌하는 인간의 영혼으로서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의 허기와 맑은, 하늘과 가난이 있다. 생기(生起)와 이음(Fügung)이 있다. 아미(蛾眉)와 아미(阿彌)의 사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텅 빈 충만의 겨울 하오, 가는 발가락을 감춘 새는 마침내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고요의 지혜와 흔적은 메아리로 남아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가을이 되면 추운 나라를 떠나 이집트로 날아가는 새에는 자신들 안에 이집트를 갖고 있다. 이집트는 몸에 난 깃털과 마찬가지로 새들에게 속한 어떤 것이다.”(막스 피카르트, 『인간과 말』). 새의 안에는 나무와 노래와 눈썹이 있다. 전경과 배후, 반유(半有)의 직관이 돋보이는 이 시에서 이보다 더한 나무(南無)의 얼굴이, 존재의 계시가 있을까. ‘나’의 “눈동자(가) 새의 메아리로”, 빛이 소리로 화하는 순간이다.

   김상환(시인)

   대구일보, 문향만리,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