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지금 오는 이 이별은 - 박규리

공산(空山) 2024. 10. 9. 21:01

   지금 오는 이 이별은
   박규리
 
 
   이 나이에 오는 사랑은
   다 져서 오는 사랑이다
   뱃속을 꾸르럭거리다
   목울대도 넘지 못하고
   목마르게 내려앉는 사랑이다
 
   이 나이에 오는 이별은
   멀찍이 서서
   건너지도 못하고
   되돌이키지도 못하고
   가는 한숨 속에 해소처럼 끊어지는 이별이다
 
   지금
   오는
   이 이별은
   다 져서 질 수도 없는 이별이다
 
           
   ―『이 환장할 봄날에』 2004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척이다 - 천양희  (0) 2024.10.30
도착 - 문정희  (0) 2024.10.11
무운시 - 기 혁  (0) 2024.10.04
주소 - 박소란  (0) 2024.09.29
하여간, 어디에선가 - 박승민  (0) 2024.09.29